이 사건은 ‘돈 사건’이라는데 검찰주변의 견해는 일치한다. 따라서 돈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면 이 사건의 내막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 ‘창구’ 역할을 한 ㈜신아원(현 SDA)의 ‘손익계산서’를 만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수입내용. 신아원은 96∼97년 가짜 수출서류를 꾸며 4개 은행으로부터 1억8천여만달러를 대출받았다. 신아원은 이중 1억6천5백만달러를 해외로 보냈다가 다시 국내로 들여왔다고 주장했다. 들여올 당시 환율상승분(환차익)을 포함해 계산하면 2천억원이 넘는다.
신아원은 또 대한생명으로부터 1천8백여억원을 대출받았으며 신동아건설 등으로부터 신규출자 형식으로 1천억원을 받았다. 이것을 전부 합하면 5천억원에 육박한다.
지출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아원은 수사착수 이후 대한생명에서 꾼 돈으로 은행 대출금 2천억원을 갚았다. 또 최회장이 보증을 선 ㈜피앤텍이 해외로 빼돌린 1천여억원도 대신 갚았다.
신아원은 사하(옛 야쿠트)공화국에 1억달러 상당의 물품을 외상수출하면서 수출대금을 거의 못받았다고 밝혔다. 1천억원의 부실채권이 발생했다는 것. 또 은행 이자가 5백여억원에 이르고 회사 경비 등을 포함해 5백여억원을 지출했다. 지출액도 5천억원에 이른다.
수입과 지출은 거의 일치한다.
최회장측은 이를 근거로 “해외로 나간 돈을 전액 회수했으며 최회장이 별도로 남겨놓거나 사용한 돈은 없다”고 주장한다. 검찰도 최회장이 해외로 빼돌린 돈을 다시 들여왔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검찰은 최회장이 해외에 돈을 남겨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신아원이 돈을 해외로 빼돌린 창구와 외화를 국내로 들여온 창구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빼돌린 돈은 바하마공화국 계좌 등으로 흘러갔는데 국내로 들여온 돈은 영국 스위스 홍콩 등의 계좌에서 나왔다는 것.
검찰은 “최회장이 이전에 별도로 외화를 유출시켰다가 이번 사건이 터지자 들여왔고 은행에서 대출받아 빼돌린 돈중 상당액을 해외에 남겨놓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회장이 재미교포 고충흡씨 등과 함께 이자가 싼 수출지원금으로 해외에 역외(域外)펀드를 설립해 투자한 것 같다”며 “이 펀드와 스위스은행 비밀계좌 등의 실체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