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소소식을 접하니 십여년전 수입시장 개방압력에 몰려 아무런 준비없이 주류시장을 개방한 씁쓸한 경험이 떠오른다. 그후 주류시장은 수입주류의 홍수에 휩쓸려 우리 주류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렸다. 이제 주류산업은 국제경쟁력을 거의 잃고 철저한 수입의존형 산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물론 그동안 정부는 수차례 부분적으로 주세법을 개편했다. 그러나 한번도 전향적이면서 종합적인 정책 철학이 담긴 주세율 개편은 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다시 외부 압력에 못이겨 주세법 특히 시장상황에 가장 민감하게 작용할 세율조정에 손대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정부는 과거와 같은 우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향후 전개될 시장상황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소주와 위스키의 세율만을 조정하고 이 위기를 넘겨보자는 땜질식 조정이 되어서는 안된다. 주류산업을 건전하게 육성하고 국민 보건과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선진국형 주세부가원칙을 설정해 주류 전반에 관한 체계적인 주세율 개편을 해야한다.
우리의 세원구조로 볼때 주세 부가원칙을 종량세(從量稅)로 바꾸기 힘든 만큼 종가세(從價稅)의 기조는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보호차원과 산업육성보호차원에서 맥주와 같은 ‘저도 양효주 저세율’(低度 釀酵酒 低稅率), 위스키와 같은 ‘고도 증류주 고세율’(高度 蒸溜酒 高稅率)이라는 알코올함유량에 따른 종가등비율(從價等比率) 적용은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산업육성 및 전통주 보호차원에서 독일과 같이 주류 생산량 규모에 따른 차등세율 등을 적용해 생산량이 적거나 사업규모가 영세한 전통주 제조업체들에 낮은 세율적용이 가능하도록 해야한다.
모쪼록 이번 주세법 개편이 주류산업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정부당국의 세심한 배려를 기대한다.
정현배<중앙대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