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의 중소전자업체인 주식회사 한창 사원 한미래(韓美來·20·여)씨는 자신의 귀향을 손꼽아 기다리는 부모에게 전화로 설인사를 올렸다.
휴대전화 단말기 전문생산업체인 이 회사 직원 1백40명은 설 연휴기간 내내 단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12시간씩 교대로 근무했다.
이 회사의 휴대전화 생산능력은 한달 평균 8만여대. 생산량의 80%이상을 수출하는 이 업체는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지역에서 이달에만 9만여대의 주문을 받았다. 가뜩이나 작업일수가 부족한 2월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생산라인을 풀가동시켜야만 납기내에 간신히 주문량을 댈 수 있는 실정.
“사장과 임원들이 나서서 사원들에게 이해를 구했지요. 그리고 회사에서 직접 사원들의 고향으로 편지를 보냈습니다. ‘자녀들을 고향에 내려보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는 내용의….”
회사간부들은 특히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지방 출신의 여사원들이 큰 불평하지 않고 회사사정을 이해해준 것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회사가 이처럼 밀려드는 일감으로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 전까지 그동안 견뎌야했던 좌절과 고통의 기간도 만만치는 않았다.
대기업들이 하나 둘씩 전화기 사업에 진출해 시장을 빼앗아가고 ‘한때 잘 나가던 시절’ 확장했던 자매 회사들이 부실경영에 허덕이면서 본사 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지만 2년여전부터 주력업종을 휴대전화 단말기로 바꾸고 3백여명의 직원들도 절반 이하로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 위기를 헤쳐나왔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