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 사상 첫 아시아경기 은메달을 안기며 ‘네팔 태권도 대부’로 떠오른 여자. 스물아홉 노처녀 류설아씨.
그가 3월21일 제70회 동아마라톤 마스터스 5㎞를 뛴다. 3월말 다시 네팔로 떠나기직전 동아마라톤에서 새롭게 각오를 다짐하겠다는 것.
류씨는 네팔에서는 스포츠 영웅. 그것은 지난해 9월 모교인 용인대 이규석교수의 추천으로 네팔 태권도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 3개월후 열린 방콕아시아경기대회에서 네팔 사상 첫 은메달 한개와 동메달 2개를 일궈냈기 때문.
대회 직후 현지에서 임기를 마치고 귀국할 계획이었으나 네팔 총리의 간곡한 청에 못이겨 네팔 전통의상 ‘사리’를 입고 수도 카투만두에서 열광적인 환영세례를 받았다. 임기도 2000년 시드니올림픽때까지 연장.
태권도는 네팔에서 돈과 명예가 보장되는 ‘스포츠의 꽃’. 서남아시아에서는 네팔이 한국을 대신해 종주국 행세를 할 정도다. 그러나 류씨가 지난해 네팔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네팔대표팀 수준은 ‘기대 이하’. 3년전 한국인 사범이 떠난후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번도 우승을 못했고 선수들도 기계적인 동작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다행스러웠던 것은 선수들의 강인한 정신력. 류씨는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선수들의 창의력을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
선수들도 류씨를 ‘구루(선생님)’라 부르며 누나 언니처럼 따랐다. 자연히 선수단은 하나가 됐고 전력이 급상승했다.
“제가 대표팀 사상 첫 여자감독이래요. 여자라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없고 오히려 선수들이 잘 따라주어 장점이 됐던 것 같아요.”
태권도 5단인 류씨의 원래 전공은 보디가드. 93년 대학 졸업후 프랑스에서 유학중이던 가봉의 봉고대통령 손자 남매를 경호했다.
프랑스에서 귀국한 후에는 안양에 태권도 도장을 차렸다. 섬세한 지도로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해 사업도 탄탄대로를 달렸지만 항상 색다른 삶을 꿈꾸었던 그인지라 네팔 대표팀 감독직 제의를 받았을 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류씨는 아직 꿈많은 처녀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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