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실험실마다 창업 붐…1년새 벤처기업 30개

  • 입력 1999년 2월 23일 19시 01분


“대학 실험실을 벤처기업의 전진기지로!”

전국의 대학 실험실마다 요즘 창업 열기가 뜨겁다. 우수한 인력에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기술력, 젊음이 넘쳐나는 대학 실험실은 벤처기업을 창업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을 갖춘 곳. 상아탑 안에 머물던 대학이 IMF사태 이후 경제의 한복판으로 뛰어들고 있다.

‘연구’만이 최고의 덕목으로 추앙받아온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이 벤처기업을 세우고 기술력을 무기로 국내외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실험실 창업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외국대학 이공계 교수의 명함에는 거의 빠짐없이 벤처기업 이름과 직위가 적혀있다.

국내에서는 불과 1년만에 30여개의 ‘실험실 벤처기업’이 전국에서 탄생, 맹렬한 연구 개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대에는 SNU프리시전 페이퍼매직 등 5,6개의 벤처기업이 실험실 공장을 무대로 맹활약하고 있다. SNU프리시젼은 지난해 2월말 기계설계학과 박희재교수와 학생들이 참여해 세운 이 대학 실험실벤처 1호. 이 회사는 최근 3차원 공간에서 공작기계와 반도체장비의 오차를 찾고 조정해주는 ‘볼 바(Ball Bar) 센서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인터넷을 통해 선진국 업체들로부터 제품구매 요청이 빗발칠 만큼 벌써부터 인기가 높다. 박교수는 “올해 미국 유럽 등지에 이 제품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도체장비의 이송장치를 개발할 새 벤처기업도 이달말 창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공학과 이면우교수가 주도하는 페이퍼매직은 칼과 풀 없이 종이만으로 거북선, 창덕궁 인정전 등 화려한 모형을 만들 수 있는 종이조립모형을 개발해 작년 9월부터 국내 시판중이다. 올해는 일본 동남아 시장을 개척한다는 계획.

인제대 정보통신학과 최원하교수가 지난해 3월 설립한 레이콤은 창립 2개월만에 레이저지시봉을 개발한 데 이어 제품까지 직접 생산해 판매할 만큼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경남 김해시 지내동에 자체 생산설비를 갖추고 대만제품 일색이던 레이저지시봉 시장에 뛰어들어 최소형 최경량의 제품을 만드는 개가를 올렸다. 최교수는 최근 인터넷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실험실 벤처 인제웹뷰를 새로 세웠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벤처 창업의 산실.이 학교 출신들이 창업한 벤처기업수는 1백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구대 김희철, 이용두교수가 이끄는 까치네시스템은 인터넷검색엔진 부문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한다. 반도체 공정에서 버려지는 각종 소모품을 재활용하는 울산대의 코미코,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주문형반도체(ASIC)를 전문 개발하는 고려대의 안암미디어 등도 관련분야에서 기존 기업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 경쟁력을 자랑한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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