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다각적인 설득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뛰쳐나간 이유는 무엇보다 정리해고를 당하고 있는 현장의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끝까지 투쟁한다는 기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단서없이 타협하는 바람에 무차별 정리해고에 맞설 동력을 상실했다’는 판단에 위원장 선거가 맞물려 상승작용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조직력을 강화하고 정부 및 사업주와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도 깔려 있다.
‘조건부 탈퇴’ 방침 아래 공세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한국노총도 “노동계와 성실한 사전협의를 하지 않고 구조조정을 실시해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적 입장이다.
특히 구조조정기에 있는 산하 공공노조의 입김이 거세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처벌조항도 주요 불만사항.
그러나 양대 노총의 전략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포함한 ‘3,4월 총력투쟁’을 토대로 새로운 노정, 또는 노사정 교섭틀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탈퇴→총력투쟁→새로운 교섭틀 확보라는 3단계 전략인 셈.
그러면서도 구조조정 및 정리해고 중단, 노동시간 단축 등 4개 조건을 내걸어 대화의 여지는 남겨두었다.
한국노총은 현재로선 3월31일까지 시한을 정한 조건부 탈퇴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공공노조 등의 부분 파업도 구사할 계획이다. 민주노총과 적절한 연대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총파업이나 장외투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어쨌든 당분간 노정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현안인 구조조정 및 정리해고에 대한 노사정의 시각차가 현격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불법 쟁의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어 현장에서의 산발적 충돌도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계의 노사정위 탈퇴 여부에 관계없이 근로시간 단축, 정리해고 최소화 등 주요 현안을 놓고 실질적 협의를 계속하겠다며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 총력투쟁이 여의치 않을 경우도 예상하고 있어 노정 정면충돌이나 파국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월중에 실시될 민주노총 차기 집행부 선거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많다. 일단 강하게 버티다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경제난국 등 적절한 명분을 내세워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물론 노사정위의 파행이 5월 임투로 까지 연결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