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반대]이응학/자동차 속도제한 완화

  • 입력 1999년 2월 25일 19시 24분


《규제개혁위원회가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속도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정부와 시민단체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범법자를 양산하는 현행 속도제한 규정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견해도 있고 교통사고 급증을 우려하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찬반 의견을 들어본다.》

도로에서 자동차의 속도를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교통사고 방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행 제한속도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한속도를 높이려는 발상은 재고돼야 한다.

우선 제한속도를 높이면 교통사고가 급증할 것이 분명하다. 과속을 하면 운전자의 시력이 떨어지고 시야가 좁아져 교통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전체 사고의 0.8%에 불과하지만 사망자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4.4%나 될 정도로 인명피해가 크다. 중앙선 침범 등 대형 교통사고의 대부분이 과속과 관련 있다는 사실은 속도제한이 사고예방에 기여한다는 증거다.

선진국도 차량속도에 대해 아직도 엄격히 규제하고 있고 제한속도를 높인 결과 교통사고 역시 증가한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됐다.

미국은 74년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65마일에서 55마일로 낮춘 결과 사망자가 16.4% 감소했다. 미국의회의 결정으로 87년 제한속도를 다시 65마일로 올렸더니 사망자수가 20∼25% 증가했다.

스웨덴도 제한속도를 일시적으로 낮췄다가 다시 올리는 실험을 한 결과 제한속도를 시속 20㎞ 낮췄을 때 사고가 20∼30% 감소했다. ‘속도 무제한’이라는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도 구간에 따라 시속 80㎞ 이하로 속도제한을 한다.

영국 교통연구소(TRL)는 자동차의 평균 주행속도를 시속 1㎞ 낮출수록 부상사고는 5%씩, 사망사고는 7%씩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고속도로에서 승합차와 소형 화물차의 제한속도를 시속 1백㎞로 상향조정하고 속도 위반시 면허정지 기준을 30점에서 40점으로 완화하는 방안 역시 과속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차종별 지정차로를 폐지하는 것도 대형차의 난폭운전과 소형차의 시계(視界) 방해로 교통안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급커브 내리막길에 중앙분리대가 없는 도로가 많고 운전자의 안전의식이 미흡한 현실에서 운전자의 자율에 속도를 맡기는 규제완화는 시기상조다. 규제완화도 좋지만 어떤 것도 운전자의 생명과 맞바꿀 수는 없다.

이응학(교통안전공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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