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토론회
△프란시스 후쿠야마(미국 조지 메이슨대교수)의 ‘아시아의 경제위기로 본 아시아적 가치’〓아시아의 현 경제위기를 아시아적 가치로 설명하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정경유착과 부패를 위기의 주범으로 보는 것은 사실과 다소 다르며 일반화할 수 없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부패율은 오히려 서구보다 낮다. 즉 부패는 아시아적가치에 따른 문화적 성향이 아닌 제도적 견제 장치의 부재 때문이었지 아시아적 가치와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
한국인들은 사회적 질서에 대한 존중의 정도가 낮고 사회 정치적 투쟁에 보다 적극적인 특징이 있다. 이익집단은 학생운동처럼 권위에 도전하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 이들이 자신의 이익추구를 위해 민주적인 정치 메커니즘에 의존하면 한국의 정치는 유럽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국사회에서 미래의 사회적 불안정은 전통적인 남아선호사상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의 범죄와 폭력의 주범들이 젊고 미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사회는 앞으로 15∼20년 사이에 대단히 불안정해질 수 있다.
△돈 오버도퍼(존스 홉킨스대)의 토론〓역사적으로 정치격변은 경제적 곤경에 처했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방적이고 유연한 정치체계를 가진 국가는 민주적이지 않은 국가보다 경제적 어려움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태국과 한국에서는 위기발발과 함께 중요한 선거가 있었고 이것은 이들 국가가 위기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만큼 정치적으로 유연한 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밍신 페이(프린스턴대)의 토론〓훌륭한 통치구조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경제활동을 지배하며 경제적 자유를 확대해준 제도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새로 민주화한 국가들은 거시경제적 안정과 재산권 보호, 자유무역 등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제도를 확립하고 공고히 하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
▽제2토론회
△장하성(張夏成·고려대교수의 ‘기업지배구조와 경제발전’〓경제위기의 가장 큰 책임은 재벌에 있다. 시장경제체제에서 가장 위험한 점은 소수 특정인이 경제력과 정치권력을 동시에 소유하고 있을 때다. 재벌의 막강한 권력으로부터 일반 시민의 경제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가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투자가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 따라서 재벌들의 상호출자나 투명성 부재를 이용한 경영권 침해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실질적인 기업구조개혁을 위해서는 정부가 단기간은 부작용이나 역효과가 나더라도 재벌개혁을 철저히 시행해야할 것이다.
△월든 벨로(필리핀대)의 토론〓아시아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은 초국적기업(다국적기업)의 무책임성과 이들 초국적기업을 규제하는 데 실패한 국제사회에 있다. 세계 각국은 우루과이라운드 등에서 경험했듯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의 초국적기업들이 저지른 치외법권적 행위에 의해 고통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시아에 제공한 구제금융 조건이 명백히 보여주는 것처럼 초국적 기업이 원하는 형태로 아시아 경제를 재편하는 도구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에 강요된 철저한 규제완화와 민영화 조치는 이들 시장에 초국적 기업이 침투하는 데 있어 장애물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