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와 공모 손가락 自害 3억원 타내

  • 입력 1999년 2월 27일 08시 54분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발목 등 자신의 신체 일부를 자르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 가입자와 설계사가 짜고 손가락을 잘라 거액의 보험금을 타낸 사건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지검 북부지청 형사5부(김종인ㆍ金鍾仁 부장검사)는 26일 보험가입자 황귀성씨(50·충남 연기군)를 사기혐의로, 보험설계사 이웅호씨(34·대전)를 사기 및 공갈혐의로, 사채업자 임영운(28) 송규헌씨(25) 등 2명을 공갈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검찰에 따르면 황씨는 97년 초부터 지난해 2월까지 교보생명 대전지점에서 5개의 보험에 가입한 뒤 지난해 5월 자신의 부인이 운영하는 충남 천안의 모정육점에서 전기톱으로 자신의 왼쪽 손가락 4개를 자르고 보험금 3억8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황씨는 자신의 손가락을 자른 뒤 보험설계사 이씨에게 “손가락을 스스로 잘랐다. 보험금을 많이 타게 해주면 5천만원을 주겠다”고 설득, 이씨가 사고로 처리해 줘 보험금을 받아냈다. 그러나 황씨는 지급받은 보험금이 당초 기대했던 9억원에 크게 못미치자 지난해 10월 다시 자신의 왼손 엄지손가락을 추가로 잘랐지만 사고여부가 가려지지 않아 보험금은 받지 못했다.

이씨는 황씨가 당초 약속과 달리 2천만원만 주자 자신이 5천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사채업자 임씨 등에게 황씨와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건네주며 “3천만원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씨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임씨 등이 포상금을 노리고 보험사에 신고하는 바람에 범죄가 드러났다.

한편 황씨는 검찰에서“정육점에서 칼을 잘못 사용하는 바람에 손가락이 잘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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