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공인연비『글쎄요』…체감연비와 큰 차이

  • 입력 1999년 3월 1일 20시 04분


‘기름을 적게 먹는 차’로 인식되고 있는 ‘경차(輕車·배기량 800㏄이하)’의 공인연비와 실제연비의 차이가 너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차계부(車計簿)’를 작성하는 경차 운전자 10명을 선정, 실제연비를 조사한 결과 수동변속 경차 3종의 시내주행시 연비는 보통 14∼18㎞/ℓ로 나타났다. 이는 경차의 공인연비(21.5∼24.1㎞/ℓ)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며 배기량이 2배 가량(1천5백㏄)인 소형차의 시내주행 연비(12∼14㎞/ℓ)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수치.

자동변속기를 단 경차 연비는 11∼14㎞/ℓ로 자동변속기를 단 소형차의 연비 10∼12㎞/ℓ와 비슷하다. 심지어 소형차보다도 연비가 낮은 경차도 있다.

특히 일부 자동변속 경차의 경우는 제조회사가 내세우는 공인연비 자체도 수동변속 소형차의 연비보다 낮다. 자동변속기를 단 경차 A, B의 공인연비는 각각 16.0㎞/ℓ, 17.1㎞/ℓ. 그러나 수동변속기를 단 엑센트 린번은 연비가 18.9㎞/ℓ이며 아반떼 린번 16.9㎞/ℓ, 아벨라 17.6㎞/ℓ, 프라이드 16.9㎞/ℓ로 경차보다 높다.

최근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경차 B 차종을 구입한 이모씨(28·남)는 “공인연비가 17.1㎞/ℓ지만 실제 연비는 10㎞/ℓ를 겨우 넘는 정도”라고 말했다.

경차의 연비문제는 고속도로 주행때도 마찬가지다. 고속도로 주행시 경차의 실제연비는 13∼20㎞/ℓ. 소형차의 실제연비(11∼18㎞/ℓ)와 별 차이가 없다.

이처럼 경차의 실제연비가 공인연비보다 크게 떨어지는 이유는 자동자 회사들이 경차의 엔진을 배기량에 비해 크게 강화시켰기 때문. 교통안전공단 부설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제조사들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배기량에 비해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다 보니 연료효율이 떨어지고 값도 비싸졌다”고 말했다.

공인연비의 측정이 실제도로가 아닌 가상공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현재 자동차회사들이 사용하는 연비측정 방식은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LA4모드’.

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를 시속 20∼80㎞(평균시속 32㎞)로 40여분간 주행하면서 실제연비를 측정하는 방식이나 우리나라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주행 상태에서의 연비를 측정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도로에서의 연비가 이와 같이 나오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의 한 연비측정 연구원은 “실제연비는 공인연비보다 일반 소형차량이 20∼30%, 경차가 최고 50%까지 낮게 나타난다”며 “특히 시속 30㎞이하 때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자동차제조회사 간부는 “출시 당시 경차의 연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5천∼6천㎞이상 주행하면 공인연비에 가까운 연비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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