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협수사 안팎]공금유용 비자금조성여부 초점

  • 입력 1999년 3월 2일 19시 39분


농수축협에 대한 검찰수사가 예상 외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감사원이 감사결과를 발표하자 이틀만에 원철희(元喆喜)전 농협회장과 송찬원(宋燦源)전축협회장을 출국금지시키고 2일 수사를 공식선언했다.

검찰은 박종식(朴鍾植)수협회장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다만 수협의 경우 감사원의 감사가 끝나지 않았고 한일(韓日)어업협정 등 현안이 걸려 있어 당분간 내사만 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사의 초점은 비자금 조성 여부와 부실대출 비리. 특히 검찰은 공금유용 등을 통한 비자금 조성 여부를 밝히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농수축협 회장이 모두 여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전국 조직을 운용하는 선거직이라는 점에서 비자금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공금유용이나 임직원 채용 및 공사발주 등 ‘의혹’이 있는 대목을 추적하고 있다. 한 수사관계자는 “원전회장과 송전회장은 재선된 인물”이라며 “이들이 선거를 위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진정과 투서가 조금씩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협 박회장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 동향인 경남 거제출신이고 원전회장과 송전회장도 ‘YS맨’으로 알려져 있어 정계에 로비자금이 유입됐을 개연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특히 부실대출과 관련해 농협이 97년 은행감독원 감사 이후 대기업에 대한 여신을 중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재개한 것을 석연치 않게 여기고 있다. 농협이 부도 직전이었던 동서증권과 고려증권에 7백억원, 14개 부실 종금사에 6천억원을 빌려줬다 떼인 것은 정치적 외압이나 불법대출 커미션수수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보고 있다.

축협도 부실여신 규모는 작지만 구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 검찰의 생각이다. 송전회장에 대한 진정서가 지난해 6월부터 검찰에 접수되는 등 비리의 윤곽이 드러난 상태라는 얘기도 있다.

검찰은 이들의 개인비리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농협법 등을 적용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농협법에 따르면 임원이 부동산 구입비 등 당초 사업목적 외에 자금을 불법대출하면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조직개혁을 위한 것”이라며 “농어민의 생업과 관련이 있어 빠른 시일내에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원표기자〉cw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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