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지난해 8월 농어촌구조개선사업 추진실태 감사에 착수하면서 농업인후계자 전업농의 관리가 엉망이라는 제보를 받았다. 농업인후계자로 선정된 뒤 3천만∼4천만원의 자금을 지원받고는 바로 농사를 그만두고 유흥업에 뛰어든 사람까지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나 이같은 제보내용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감사요원들은 고민에 빠졌다. 경기 충북 전남 경남 등 4개도를 표본 감사하는데도 농업인후계자만 5만4천4백14명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기 때문.
한 감사요원이 정부 전산망을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행정자치부의 주민등록전산망, 국세청의 사업자등록전산망, 국민연금관리공단과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자격관리전산망이 감사에 활용된 것은 감사원 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먼저 대상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디스켓에 담아 국세청 전산망에 연결했다. 일주일만에 다른 사업장을 경영하는 7천3백59명의 명단을 파악해냈다. 이어 두 공단의 연금자격관리전산망을 통해 다른 직장에 취업한 2백37명도 적발했다. 행정자치부의 주민등록전산망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 1백81명도 찾아냈다. 모두 7천7백77명의 ‘용의자’를 단숨에 찾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