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
5일 롯데그룹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날 오전11시경 걸려온 범인의 전화가 대전시 대덕구 중리동 일대 공중전화에서 발신된 것을 확인한 뒤 즉각 경찰관을 파견했으나 검거에 실패했다. 범인은 한 통화당 2분간 짧게 전화를 걸었다가 다시 이동해 전화를 거는 지능적 수법을 보였다.
또 울산 울주군 언양읍 구수리 신회장의 선산으로 현장감식반을 보내 묘지 주위에 떨어져 있는 곡괭이 1점과 쇠지렛대 2점을 수거했다. 감식반원은 “미국에서 수입된 철제관 안에서 머릿부분만 없어진 유골을 발견했으며 인근 보람병원으로 옮겨 자세히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범인이 3차 통화에서 “울산 큰어머니 묘소 등을 다 파악해 놓았다. 이 일로 어떤 조치가 있으면 다른 일을 강행하겠다”고 협박한 점을 중시, 또다른 범행에 대비, 잠복수사에 들어갔다.
◇ 발생
4일 오전 8시35분경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그룹비서실로 한 남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울산에 있는 최선생이라고 밝힌 이 남자는 “선산에 있는 신회장 부친묘를 발굴해 유골을 다른 곳에 보관하고 있다”며 “오후에 다시 전화를 걸테니 분묘를 확인해보라”며 전화를 끊었다. 범인은 이날 오후 4시반경 2차 통화에서 “울산에 다녀왔는가. 내가 우리 애들을 시켜서 작업을 했다”며 신회장과의 통화를 요구했다. 롯데그룹 비서실은 대책숙의에 들어갔다가 이미 유골이 훼손됐음을 확인하고 5일 오전 1시경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신고했다.
범인은 5일 오전 11시8분과 5분 뒤인 13분 두차례에 걸친 통화를 통해 “현금 8억을 승용차 뒤트렁크에 싣고 오후 8시경 서울을 출발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라”며 “휴대전화로 위치를 알려줄테니 고속도로상에서 유골과 교환하자”는 말을 끝으로 연락이 없었다.
◇ 현장주변
울산 울주군 언양읍 구수리 춘골산 중턱 신회장 부친의 묘소 현장에는 5일 유골을 파낸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봉분은 뒷부분이 절반 정도 깎여나가 깊이 2m 가량 파헤쳐졌으며 관은 윗부분이 뜯겨져 있었다. 유골은 오른쪽 가슴부분에 수술한 흔적까지 보일 정도로 보존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재현·이헌진, 울주〓정재락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