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한건주의식 공청회」 소동

  • 입력 1999년 3월 5일 19시 51분


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도산회관에서 행정개혁시민연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녹색연합 등 9개 시민단체가 주최한 ‘정부구조 개혁에 관한 시민공청회’가 열렸으나 준비소홀과 미숙한 진행으로 참석한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계속된 이날 공청회에는 28명의 발표자들이 정부의 조직개편방향에 대해 의견을 발표하기로 돼 있었으며 발표자 중에는 시민단체 대표 8명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 발표자는 13명. 시민단체에서는 안전생활실천연합과 대한불교협회에서 겨우 2명만 발표를 했다. 사회자가 순서대로 주제발표자를 호명했지만 대부분 참석하지 않아 건너뛰기가 수차례 반복됐다. 미리 정해놓은 순서는 금세 뒤죽박죽이 돼 버렸다. 한 발표자는 “발표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며 퇴장하기도 했다.

행사를 주관한 행정개혁시민연합측은 “8일 정부가 공청회를 열어 개혁안을 확정하기 전에 통일된 안을 제시하려다 보니 다소 착오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참석’과 ‘발표’가 뒤섞여 발표자가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한 시민은 “이게 무슨 공청회냐”며 자리를 뜨기도 했다.

방청객들을 앞에 두고 추가 발표자가 나오지않자 시민단체대표들은 비공개 토론에 들어갔다. 아직 각 단체의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이날 공청회는 시민단체들만의 자체행사로 끝나고 말았다. 한 시민단체의 직원은 “이게 우리나라 시민단체의 현주소다. 한건주의 식으로 일을 벌여놓기만 할뿐 제대로 준비조차하지 않으면서 시민의 편에 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대표적 시민단체로 꼽히는 경실련은 산하 경제정의연구소장 이필상(李弼商)고려대교수와 평간사 4명이 유종성(柳鍾星)사무총장 체제에 반발, 집단 사표를 제출해 출범 10년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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