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기 사법연수생 이력서]이색 경력자들 합격 늘어

  • 입력 1999년 3월 7일 19시 55분


청와대경호원 의사 노동상담소장 사회복지사 기자 농장주인….

2일 예비법조인의 길로 들어선 사법연수원 30기 신입생 7백명 중에는 전에 없이 다채로운 경력자들이 많다.

연세대 법대 출신의 이경훈(李卿薰·33)씨는 청와대 경호실 공채 4기로 94년부터 2년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을 그림자처럼 경호했던 ‘보디가드’ 출신.

재학중 사법시험에 실패한 이씨는 군 복무 시절 수도방위사령부를 거쳐 청와대 파견 근무를 한 것이 인연이 돼 94년 초 제대하면서 경호원 공채시험을 거쳐 경호원이 됐다.

이씨는 95년 ‘근대사법 1백주년 기념식’행사 참석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방문에 나선 대통령을 수행, 당시 행사장소와 대책본부가 있었던 사법연수원을 두차례 방문하면서 법조인이 될 꿈을 다시 키웠다.

청와대 의전실에 근무하던 부인의 적극적인 권유로 이씨는 96년 사표를 내고 사법시험에 도전, 2년만에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이씨는 “경호원과 법조인은 희생과 봉사정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노태헌(盧泰憲·32)씨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병원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까지 갖춘 의사 출신. 노씨는 “판사로 진출해 의료소송을 전문적으로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장연화(張宴華·30·여)씨는 치과의사 출신.

정회철(鄭會澈·37)씨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80년대 노동운동에 투신해 노동상담소장까지 지낸 이색 경력의 소유자. 정씨는 “소외계층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출신의 나경선(羅瓊善·33)씨는 장애인 종합복지관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법조인의 길을 택했다. 김태욱(金泰旭·37)씨는 제주도에서 농장을 경영하던 농민후계자다.

이밖에도 공인회계사 5명, 기자 출신 4명, 변리사 3명, 경찰관 4명, 간호사, 약사, 자동차차체수리기능사, 정보처리기사 등 다양한 경력자와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예비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됐다.

사법연수원 관계자는 “법률분쟁이 갈수록 복잡다양해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들이 법조계에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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