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20돌 롯데호텔 진기록]그리스인 11년간 2,574일 투숙

  • 입력 1999년 3월 7일 20시 53분


《우리나라의 대표적 토종호텔인 신라호텔과 호텔롯데가 8일과 10일 각각 개관 20주년을 맞는다. 두 호텔은 외국계 호텔과 달리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국내 관광산업 육성에 큰 몫을 해왔다. 20년동안 두 호텔이 겪은 갖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기록들은 그대로 우리나라 호텔사이기도 하다.》

은행업에 종사하는 60대의 그리스인은 87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1년 동안 한국에 근무하면서 모두 2천5백74일을 호텔롯데에 투숙했다. 매년 2백34일 밤을 호텔롯데에서 보낸 셈.

20년간 호텔롯데(대표 장성원·張性元)를 거쳐간 투숙객 8백71만2백여명 중 단연 최고 기록이다.

호텔측은 개관 20주년을 기념, 이 고객에게 평생 무료객실숙박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한번 방문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려준 큰 손님은 압둘라 아지즈 사우디왕세자. 지난해 2박3일 동안 1백98개의 방을 쓰면서 값비싼 연회행사 등을 주최, 4억5천만원을 썼다.

면세점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손님은 70대의 일본인 여성으로 한번에 28만달러(약 3천4백만원) 물품을 구입해 직원들의 입이 벌어지게 만들었다.

가장 많은 일행을 데리고 온 고객은 93년 방한한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으로 3백50명이 한꺼번에 투숙하는 기록을 세웠다.

투숙객 중에는 깐깐한 고객도 적지 않았다. 50대의 한 일본남자는 호텔 이용중 느낀 불편사항을 24건이나 서면으로 제출한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일본인은 48번이나 호텔롯데에 투숙, 깊은 애정을 과시했다.

호텔측은 이 손님에게도 감사패와 2박 투숙권을 증정할 계획이다.

20년이라는 세월은 호텔롯데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79년 이 호텔의 커피값은 8백50원이었지만 지금은 보통 커피가 4천8백40원이다. 호텔측은 개관 20주년 기념으로 10일 하루 커피를 1천원에 판다.

20년전 1백36억여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5천8백여억원으로 42배 늘었다.

롯데그룹은 73년 호텔 설립을 처음 추진하면서 ‘호텔롯데’와 ‘롯데호텔’중 어느 것을 이름으로 할지 고심했다. 첫 설립계획서에는 ‘롯데호텔’로 돼있었지만 호텔설립추진위원인 유창순 당시 롯데제과회장과 신준호 당시 롯데제과전무가 ‘호텔롯데’로 정정, 오늘의 이름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롯데호텔’로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유용상(柳庸翔)호텔롯데상무는 “고급호텔에는 귀빈고객 유치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면서 “빠른 정보 입수와 인간적으로 친숙한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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