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21]김영평/「깨끗한 사회를 위해서」

  • 입력 1999년 3월 10일 19시 24분


깨끗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지도자의 책임인가 아니면 시민들의 책임인가? 깨끗한 세상을 만드는 데에는 지도자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 지도자의 힘으로 부패를 없앤 사례로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전총리나 대만의 고(故)장제스(蔣介石)총통을 자주 인용한다. 아프리카 우간다의 경우도 1986년 이후 집권한 무사베니 대통령의 지도력으로 상당히 부패를 억제했다는 글을 최근에 읽었다.

우리도 지도자의 단호한 의지만 있으면 부정부패를 완전히 척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언뜻 보기에 부정부패 척결을 약속했던 두 전직대통령이 부정한 돈을 받은 이유로 감옥생활을 했으니 부정부패척결이 되지 않는 것을 지도자의 의지가 부족한 탓으로 돌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김영삼 전대통령은 자신의 아들까지도 부정부패와 연루됐다는 이유로 구속시켜 재판을 받게 했다. 현 정부에서도 부정부패척결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것 같다. 이제는 지도자 탓만 할 때가 아니다.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깨끗한 사회를 위하여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지도자만 탓한다면 깨끗한 사회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시민 대다수가 알게 모르게 부정부패에 둔감하거나 그것을 방조한다면 아무리 강력한 지도자의 의지도 힘을 쓸 수가 없다.

물건을 사고 영수증을 챙기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은 상점주인은 자연스럽게 탈세할 생각을 할 수 있고 나아가 관련공무원을 부정한 방법으로 매수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영수증을 받는 일이 어렵지 않고 피해를 보는 일도 아닌데 우리는 결국 그 일을 게을리 해 사회를 흐리는데 동조하고 있다. 이제 시민으로서 작은 일을 챙기는 등 최소한의 책임을 다해야 깨끗한 사회가 올 수 있다.

나아가 부당하고 부정한 일을 보면 고발하거나 신고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데 힘을 실어줘야 한다. 지금은 컴퓨터통신이나 팩스를 통해 최고위층에까지 바로 연결될 수 있다. 그래야만 의지를 가진 지도자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시민이 최소한 간접적인 부패동조자는 되지 않아야 깨끗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

김영평(한국행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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