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사각지대」파이낸스社를 조심하라

  • 입력 1999년 3월 11일 19시 01분


주부 권모씨(44·부산 동구 범일동)는 ‘연 25%의 이자를 준다’는 S파이낸스사에 1천만원을 넣었다가 5백만원만 돌려받고 나머지 5백만원은 고스란히 떼였다. 지난 1월 만기가 되자 S파이낸스는 문을 닫아버렸고 사장은 종적을 감췄던 것.

서울 강남 P파이낸스의 연리 22.5%, 만기 3개월짜리 상품에 2천만원을 투자했던 주택건설업자 임상기(任相起·49·서울 강북구 수유동)씨도 이 회사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바람에 돈만 날렸다.

임씨는 법률구조공단에 호소를 했지만 “사적계약이기 때문에 배임 사기 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다.

파이낸스사가 개수나 영업규모 면에서 급신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있어 새로운 ‘금융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태〓파이낸스사는 94년 5개, 95년 17개에 불과했으나 경제위기로 금융권 신용경색이 심해진 작년부터 급증했다. 부산을 중심으로 난립하기 시작, 현재 전국적으로 6백여개가 활동중인 것으로 재경부는 추산하고 있다.

자본금 1억원 미만의 군소업체도 3백∼4백개에 달한다. 서울 테헤란로와 강남역 논현동 일대와 부산 광주 등지에서 30∼60평 규모의 사무실을 빌려 영업하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들이 잇따라 수신금리를 내리는 틈을 타 연 최고 25∼32% 배당률의 각종 고금리 상품을 내걸고 주주형태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예금이 아닌 증권판매 또는 주식투자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은행법 등 법적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

특히 신생 군소업체들은 1백만원 투자시 12만원의 선이자를 주거나 1백만원 이상의 자금을 연결시켜준 중개인에게 소개비를 지급하기도 한다.

재정경제부는 이들 파이낸스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자금규모를 대략 20조∼3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12개 종금사 자금운용 규모(41조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문제점〓파이낸스사의 가장 큰 위험성은 감독기관이 없는 사설금융기관으로서 자본금 5천만원이면 누구나 설립이 가능한 상법상의 주식회사라는 점이다.

따라서 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파산해도 투자자(실제는 예금주)들은 예금보호를 받을 수 없다. 가입시 체결했던 계약서나 공증도 예금을 돌려받는데는 아무 효력을 미치지 못한다. 지난달말까지 부산지역 5개사를 비롯해 전국에서 12개사가 부도를 내 총 50여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투자자들에게 주었지만 대부분 법적 구제를 받지 못했다.

▽대책〓정부는 이들영업이 사적 계약관계를 띠고 있기 때문에 제도권내로 끌어들여 감독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본금이 10억원 이상되는 대형 우량 파이낸스사들에는 할부금융이나 리스처럼 정식 여신전문금융기관으로 등록, 금융감독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

또 세무조사를 통한 우회적 감독에도 적극 나서는 한편 예금수신행위가 적발될 경우 은행법 위반혐의로 고발조치 할 방침이다.

금융연구원 정한영(鄭漢永)연구위원은 “파이낸스사들은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많은 만큼 일본처럼 고리대금업법을 제정해 이들을 양성화해 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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