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대용으로 쓰이는 4백석 규모의 회의실이 ‘벤처’를 배우려는 학생들(1∼4학년)로 꽉 차 열기로 후끈거렸다.
정식 수강생이 대부분이지만 수강신청시 정원초과로 수강이 좌절된 학생들도 강의실 뒤편에 선 채 강의내용을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다.
이날 강의는 인하대가 정식 교양과목으로는 국내대학 최초로 개설한 3학점짜리 ‘벤처기업론’ 강좌의 두번째 강의.
벤처기업협회 유용호(柳龍昊·42)실장이 강의하는 ‘벤처산업의 이해’라는 제목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표정은 사뭇 비장한 표정이었다.
“90년대 중반 미국 경제의 43%를 차지한 기업이 바로 벤처기업입니다. 대량 실직사태 등 국가적인 경제위기를 맞아 능력있는 인재들이 창업을 하기엔 지금이 가장 적절합니다.”
‘벤처기업론’ 강좌가 개설돼 지난달 26일 수강신청을 처음 받았을 때 4백명 정원에 신청자가 1천명이나 몰렸다.
이 강좌는 2백여개 교양선택강좌 중 선호도 1위를 차지했으며 2위를 차지한 ‘증권투자의 이해’강좌 역시 정원 3백50명을 쉽게 채웠다.
최선용군(20·전자전기컴퓨터2년)은 “벤처를 알면 취업난을 타개할 수 있을 것같아 재빠르게 수강신청을 했다”며 “유익한 정보를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IMF 이전 교양선택강좌의 선호도를 조사했을 때는 영화의 이해(1위)나 심리학의 이해(2위) 등 취미 강좌가 인기를 끌었었다. 그러나 이번엔 창업이나 재테크 등 ‘돈을 벌 수 있는’ 강좌가 인기를 독차지해 세태변화를 실감케 해주고 있다.
학생들의 인기가 높자 대학측은 조현정(趙顯定·41)비트컴퓨터사장, 전하진(田夏鎭·40)한글과컴퓨터사장 등 벤처기업가 2명을 인하대 겸임교수로 채용해 강의를 맡겼다.
노건일(盧健一)총장은 “올해 처음 마련된 창업관련 강좌가 이토록 학생들의 호응을 얻을 것이라곤 생각 못했다”며 “다음 학기에는 보다 많은 학생들이 창업강좌를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roches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