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1학년 시행「수행평가제」 구체안 못정해 혼선

  • 입력 1999년 3월 12일 18시 51분


올해 새학기부터 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되고 있는 ‘수행(遂行)평가제’가 표류하고 있다.

‘수행평가제’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의 성적을 중시하는 지금까지의 학업평가방식을 바꿔 수업태도 실험실습 과제물 등 학습과정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도 및 완성도 등을 평가하는 것. 이같은 ‘수행평가’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비중이 높아지고 수능성적의 반영비율이 줄어드는 2002학년도 이후 대학입시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교육부가 내놓은 수행평가안(案)은 각 교과담당 교사들이 서술 및 구술시험 등을 통해 학생들을 수시로 평가한 뒤 이를 중간 기말고사 점수와 합산해 학생부에 기재하는 형식. 수행평가 점수는 전체 성적 가운데 30% 정도를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대부분의 고교에서는 수행평가방식에 대한 모범 모델을 만들지 못해 실시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서울 H고에서는 새학기가 시작된 이후 교사들이 매일같이 방과후에 과목별로 모여 수행평가 방법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찾지 못했다.

수행평가제가 이처럼 표류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를 납득시킬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 어렵고 교사 1인당 평가해야 하는 학생수가 너무 많기 때문.

특히 예체능 담당교사는 한 학년 전체를 가르치는 경우가 많아 평가대상 학생이 6백∼7백명에 이르는 수도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도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행평가가 교사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에 따라 한동안 잠잠했던 ‘치맛바람’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홍성철·이완배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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