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정비사 2명, 국내 첫 방사능 피폭사고

  • 입력 1999년 3월 16일 19시 18분


대한항공 김해공장의 항공정비직원 2명이 항공기 점검 작업 중 X선 발생장비에서 발생한 방사능에 노출(피폭)되는 방사능사고가 국내에서 처음 일어났다.

방사성 물질은 건설현장이나 의료기관 등에서 널리 쓰이고 있으나 기기관리가 허술하고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늘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

과학기술부는 대한항공 직원 이주일(李柱日·40) 이천우(李天雨·32)씨 등 2명이 2월20일 밤 9시경 항공기 정비점검을 하던 중 방사능장비에서 발생한 방사능에 노출됐다고 16일 밝혔다.

사고는 이들 직원들이 비행기의 결함 여부를 점검하는 데 사용하는 방사선 발생장비인 비파괴검사기의 타이머 불량으로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지 않아 일어났다. 피해자들은 전원이 켜진 채 방사선에 4,5분간 계속 노출됐으나 무색 무취의 방사선 특성상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들은 보름 가량 지난 8일 손바닥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는 등 양손에 심각한 이상증상을 느껴 뒤늦게 대한항공 사내보건소에서 1차 진료를 받은 뒤 방사능 피폭에 따른 것으로 판단돼 부산 백병원으로 옮겨졌다. 두 사람의 피폭 사실을 보고받은 대한항공은 과학기술부에 바로 이 사실을 알렸다.

이에 따라 과기부는 백병원에서 치료 중인 이들을 다른 환자들과 격리 보호하고 사고발생을 정밀조사하기 위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방사선방호전문가로 구성된 조사팀을 16일 오전 부산으로 급파했다.

과기부측은 “몸이 아니라 손 부위에 방사선이 집중적으로 노출돼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정황으로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방사능 피폭이 거의 확실하다”며 “이들 직원을 만나 이상증상을 확인한 뒤 곧바로 김해공장에서 똑같은 상황을 재연해 이들의 피폭선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방사선작업 종사자는 안전수칙상 방사선의 노출정도를 측정하는 개인선량계를 착용하고 방사능피폭 알람모니터를 소지하도록 돼있으나 이번에 사고를 당한 작업자들은 이들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국내에는 건설현장과 자동차공장 등 주요 생산현장과 종합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 및 대학실험실 등에서 모두 6백여개의 방사선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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