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30대 용접공 장기기증 「아름다운 마감」

  • 입력 1999년 3월 22일 07시 48분


교통사고로 뇌사판정을 받은 30대 노총각이 장기기증을 통해 5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자신은 저 세상으로 떠났다.

주인공은 용접공으로 일해온 정희철(鄭熙哲·35·전북 군산시 대야면)씨.

21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대병원에서는 정씨의 신장과 각막 간 등을 분리하는 적출수술이 진행됐다.

정씨의 신장은 만성신부전증으로 이 병원에 입원중인 김모씨(33·여)에게 이식됐고 각막 간 등은 각각 전주예수병원과 서울중앙병원으로 옮겨져 22일 4명에게 이식된다.

정씨가 사고를 당한 것은 17일.

이날 오후11시경 밤늦게 일을 마치고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하다 전북 군산시 대야면 복교리 주유소 앞길에서 트럭을 들이받아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정씨의 가족은 21일 정씨가 뇌사판정을 받자 다른 사람을 통해서라도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4남1녀 중 셋째 아들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온 정씨는 용접일을 하며 집안을 꾸려가느라 결혼도 미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의 도움으로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사 수업중인 동생 만철씨(27)는 “형님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온 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주〓김광오기자〉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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