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이상한 名退」…퇴직자 협력社 취업 보수지급

  • 입력 1999년 3월 22일 19시 28분


한국전력이 지난해 퇴직한 직원들을 중소 협력업체에서 채용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지급하는 일당을 중소기업지원 자금에서 전용하고 있어 한전이 ‘중소기업지원자금’을 ‘한전 퇴직사원 지원’에 사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전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A사는 지난달 한전으로부터 퇴직자를 채용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받았다.

한전 송배전 자재처장 명의로 된 이 공문은 제목이 ‘전문인력 무상지원 알림’으로 되어 있으며 지난해 한전 퇴직자 2백65명의 명단과 함께 이들을 채용해줄 경우 6개월간 하루 3만7천원씩의 보수를 보전해주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전측은 이 공문에서 “한전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다 지난해 퇴직한 직원들을 보내 협력중소기업의 경영관리 및 기술개발 등을 무상으로 지원해주려 하는 ‘전문인력지원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A사는 “한전측의 이런 ‘난데없는 배려’가 부담스럽기만 하다”며 이를 “인력무상지원으로 위장된 퇴직자 채용요청서”라고 지적했다. 6개월간은 한전에서 이들의 보수를 지원한다지만 6개월이 지난 후에는 협력업체에서 이들을 내쫓지도 못하고 계속 채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한전으로부터 이런 식의 공문을 받은 중소업체는 모두 1천3백3개 협력업체. 한전측은 지난해 퇴직자 2천3백69명을 대상으로 이 사업을 시행할 계획인데 지금까지 2차에 걸쳐 60개 업체에 60명을 취업시켰다.

한전은 또 이 제도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무상지원제도라면서 이에 소요되는 9억원의 예산도 중소기업지원 자금에서 끌어다 쓰고 있다.

하지만 해당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을 도우라는 돈을 축내서 퇴직금에 위로금까지 받은 퇴직직원들을 다시 힘없는 중소기업에 떠넘기는 것이 어떻게 무상지원제도냐”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한 협력업체 중역은 “아예 전관예우를 양성화한 꼴”이라면서 “무상지원이 끝난 6개월 후에 이들을 내쫓을 용기가 있는 업체가 있을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전의 황순현(黃舜鉉)중소기업팀장은 “중소기업에 필요한 기술자들의 인력을 제공하려 했을 뿐 채용을 강요한 적이 없다”면서 “협력업체측이 부담을 느낀다면 우리가 굳이 이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권재현·박윤철기자〉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