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수집한 사초(史草)를 토대로 왕이 죽은 뒤 실록이 편찬된다. 왕에게도 열람을 금지했기 때문에 왕의 실정과 비정까지 낱낱이 기록할 수 있었다. 물론 각종 사화(士禍)의 빌미가 되고 승자(勝者)의 시각에서 기록이 왜곡됐다는 비판도 없지 않았다.
“근대 이전 우리만큼 통치자료를 철저히 남긴 나라는 없다. 가히 독보적이다”(서울대 한영우·韓永愚국사학과교수)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 태조부터 철종까지 4백72년의 역사를 1천7백7권에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적 기록문화 유산이다.
실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대통령비서실에 해당하는 승정원에 올라오는 모든 건의문과 왕의 지시문을 기록한 승정원일기, 왕이 쓴 일기인 일성록(日省錄), 왕실행사기록인 의궤(儀軌) 등에는 왕의 일거수일투족이 소상하게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