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들도 감옥체험 해보세요』 박삼중 스님 강연

  • 입력 1999년 3월 23일 19시 02분


『판사님들도 눈 딱 감고 1주일만 교도소 생활을 체험해 보세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법연수원 2층 법관연수실. 법관경력 5∼15년의 형사단독 판사 39명에게 부산 자비사의 박삼중(朴三中)스님이 강연을 했다. 강연의 주제는 ‘수형자들의 생활과 생각’.

죄를 짓고 법정에 선 사람들에게 형을 선고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법관들에게 스스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보라고 이색적인 주문을 한 삼중스님은 32년간 교도소 재소자들을 상대로 교화사업을 펼쳐왔다.

법관들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잠을 설쳤다며 운을 뗀 삼중스님은 서대문구치소 담 뒤에서 태어나 7세 때 재소자를 만난 것이 인연이 돼 이제는 3백명도 넘는 사형수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내가 30여년간 만나보니 여러분이 사형을 선고하는 사형수들 중 70%는 억울한 사연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단 1명의 억울한 사형수라도 나오지 않도록 피고인들의 억울함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스님은 또 “사형에 처해질 정도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죽음 앞에 이르러서는 마음을 돌이켜 스스로 조금의 죄닦음이라도 하려고 몸부림치는 것을 보면 저절로 인생이 배워진다”고 말했다.

강연에 참석한 한 판사는 “오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사형수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법관으로서의 책임감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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