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는 일단 “문민정부 시절 못다 이룬 ‘미완의 사법개혁’을 이번 기회에 완성해야 한다”며 기대와 의욕을 나타냈다. 그러나 일부 법조인들은 “문민정부 시절 사법개혁의 돌풍에 휘말렸고 최근들어 대전 법조비리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된 법조계가 ‘무장해제’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김주원(金周元)공보이사는 “마지막 시도일지도 모를 사법개혁이 올바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변호사는 “변호사 수 등 지엽적인 것에만 집착하면 개혁이 성공할 수 없다”며 “재조와 재야 법조계의 교류를 활성화해 인품과 덕망이 검증된 재야 인사들을 판사 검사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양대 법대 양건(梁建)교수는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 잘못된 사법의 희생자로서 사법개혁을 주장한 만큼 사법개혁의 방향을 올바로 설정해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교수는 “법조계 내부의 반대에 부닥쳐 실패한 사법대학원(로스쿨) 도입문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문민정부 시절 사법개혁이 변호사 수 등 재야 법조계 개혁에 치중한만큼 이번 개혁은 사법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법조 내부의 제도와 체제를 개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차병직(車炳直·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변호사는 “판사와 검사 1명이 각각 1개월에 3백∼4백건씩 처리하는 상황에서는 판검사가 사건 당사자의 말을 친절하게 귀담아듣기를 원천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며 “검찰 법원의 내부 제도 및 인사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조계는 또 사법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해 법조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좌초하지 않도록 권한과 위상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법개혁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대 법대 한인섭(韓仁燮)교수는 “최근 정부의 의뢰로 법무부 경영진단에 참여해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법무 검찰 개혁안을 기획예산위원회에 제출했는데 한줄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부의 사법개혁 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과 법무부 검찰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법개혁에 관한 한 법무부는 정면에 나설 수 없고 다만 조정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문민정부 때처럼 중구난방식으로 진행하지 말고 차분하고 합리적으로 개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검사와 판사들은 자신들의 위상과 권한 축소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이수형·정위용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