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작은 규모의 과거비리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관용조치를 취해줌으로써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일신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현 정권 출범 이후 관료사회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개혁작업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즉 김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위축된 관료사회를 개혁의 동참 내지 주도세력으로 끌어내려는 동기부여의 성격이 짙다는 얘기다.
이같은 조치의 수혜대상은 일단 김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공무원들이다. 김대통령의 지시는 예를 들어 1백만원 이하의 금품수수 등 소액비리를 저지른 공무원들에 대해 실질적인 사면을 단행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 대상이 일반 공무원에게만 국한되지는 않으리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즉 정치인이나 각급 자치단체장들도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이같은 구상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언제까지 과거의 비리를 캐고 처벌하는 데에 힘을 소비해야 하는지 고민해왔으며 적절한 시기에 그 고리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지금이 그 때라고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조치를 통해 국민통합의 효과도 기대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행자부와 법무부 등 관련기관은 공청회개최 등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아 가칭 ‘과거청산법’ 등의 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소액비리라고는 하지만 위법행위가 분명한데도 특정집단에 한해서만 일괄적으로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많다. 특히 정치인이 대거 포함될 경우 국민감정이 이를 허용할지도 미지수다.
또 그 기준과 대상자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문제다. 자진신고를 받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일부 공무원들은 역으로 대대적인 사정(司正)작업이 선행되는 게 아니냐며 걱정하는 모습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