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65종 3천여마리의 동물이 살고 있는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이곳에선 요즘 사육 적정수를 넘는 동물의 ‘퇴출’과 동물원간에 필요한 동물을 맞교환하는 ‘빅딜’이 한창이다. IMF한파의 영향으로 예산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먼저 4년생 아시아코끼리가 빅딜1호가 돼 지난해 말 어미품을 떠났다. 서울대공원측이 부산 동래 동물원의 물개와 수달, 곰1쌍과 교환한 것.
대공원측은 또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군살’이 돼버린 꽃사슴과 조류(청둥오리) 등 2백18마리의 동물을 지난주부터 서울시내 17개 초중고교에 무료로 보내고 있다. 사실상 ‘퇴출’인 셈.
국제적인 ‘빅딜’도 진행중이다. 서울대공원은 최근 일본 도쿄의 한 동물원에서 황새를 기증받고 대신 한국의 야생 삵을 보내는 맞교환 계약을 했다. 서울대공원에는 ‘과부황새’로 불리는 20년생 가량의 암컷황새 한마리만 남아있는 상태. 일본측은 ‘긴급수혈’차원에서 17일 10년생 가량의 젊은 수컷 황새 1마리를 보내왔고 앞으로도 2쌍을 더 보내올 예정.
대공원측은 맞교환 대상인 야생 삵 2쌍을 구하기 위해 산림청에서 포획허가가 떨어지는대로 강원도 깊은 산에 직원들을 보내 생포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인간 세상’과 마찬가지로 동물원의 ‘빅딜’과정도 순탄치는 않다. 부산으로 떠난 ‘꼬마 코끼리’의 경우 어미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완강히 저항하는 바람에 꼬박 한달 동안 직원들이 땀을 흘려야 했다.
황새 우리에선 노쇠한 ‘과부황새’가 새로 들어온 수컷을 피해 도망을 다니는 바람에 아직 짝짓기를 못하고 있다.
서울대공원의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대공원측은 이미 매각 및 무상분양으로 ‘퇴출’시킬 50여종 6백여마리의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등 ‘잉여동물’ 명단을 작성해 놓았다.
특히 매년 마리당 50만원 안팎에 팔렸던 사슴의 경우 현재 적정 사육수보다 1백마리나 많은 상태. 더구나 빼곡한 우리안에서 ‘철모르는 사랑’이 넘쳐 4∼5월에 50마리 정도가 또 태어날 예정이다.
서울대공원 김영근(金榮根)부장은 “지난해 6월부터 예산절감 차원에서 사료량을 10% 정도 줄였다”며 “많이 내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잉여 동물’이 많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