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원태/폭탄酒-사발酒등 폭음문화 없애자

  • 입력 1999년 3월 30일 19시 11분


사람마다 제각기 개성과 체질이 달라 그 주량도 다르다. 그런데도 직장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보면 마치 주량이 어떤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인양 과음하는 경향이 많다. 각종 모임에서 골프주 회오리주 금테주 충성주 폭탄주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주병(酒病)이 만연하고 있다.

요즘은 직장뿐만 아니라 젊은 학생들 사이에도 그릇된 음주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입시생들 사이에서는 ‘백일주’를 마시는 것이 유행병처럼 번져있다. 대학에서도 신고주라 하여 신입생들에게 사발로 술을 들이마시게 하는 악습이 있다. 아까운 목숨을 잃는 사고도 생긴다.

술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오시리스신이 맥주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리스에서는 술의 신이라고 일컫는 바커스신이 포도 재배법과 포도주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고 전해온다. 중국에서는 우왕(禹王) 때 의적이 처음 기장으로 술을 만들어 왕에게 바쳤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듯 술은 오래 전부터 인간사의 희로애락, 역사의 흥망성쇠를 함께 해왔다. 술의 효능은 사람의 품성을 진취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근심을 잊기 위해, 흥취를 돋우기 위해 술을 찾기도 한다. 북송(北宋)의 소동파(蘇東坡)는 술을 마시면 속세를 잊고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중국의 순왕(舜王)은 장차 나라를 망칠 물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사회에 들어서도 그릇된 음주문화의 확산은 점차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자가 운전이 확산되면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가정을 파괴하고 사회에 부담을 준다. 술값 지출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가계와 나라경제를 흔들어 놓고 있다.

술은 정담을 나누면서 자기 주량에 맞춰 적당히 마실 수 있도록 건전한 술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가정과 직장에서 대화의 장을 만드는 음주문화가 자리잡도록 모두 앞장서야 한다. 폭탄주를 없애고 은은한 사교주만 마시자.

이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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