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전남 여수시청 종합 감사장.
18명의 감사반원들과 함께 열심히 서류를 뒤적이던 전남도청 감사계 서복남(徐福男·45·행정사무관)계장의 얼굴에는 사소한 행정착오 조차 용납치 않겠다는 강직함이 배어 있었다.
올해로 공직생활 24년째를 맞는 서씨는 꼼꼼한 성격탓에 주로 감사 기획파트에서 잔뼈가 굵었다.
‘원리원칙맨’으로 통하는 서씨가 들려주는 일화 한토막.
감사담당관실 조사계장을 맡고 있던 지난해 12월.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이 집으로 케이크를 보내왔다.
작은 선물조차 받기를 꺼렸던 서씨는 케이크를 돌려보내려고 했으나 아이들이 “케이크인데 뭐 어때요”란 말에 마지못해 케이크상자를 열게 했으나 현금이 담긴 봉투를 발견하고 아연실색했다.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이었습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얘기였는데 내가 그 당사자가 됐으니 말입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부끄러웠습니다.”
다음날 케이크를 보낸 사람에게 전화로 호통을 치며 케이크와 돈을 돌려보냈지만 “그사람이 나를 어떻게 봤기에…”란 생각에 한동안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서씨는 전남도청에서 신설된 부서의 책임을 맡은 경우가 많다. 남다른 기획력과 청렴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땅 투기가 한창이던 91년 불법형질변경 농지전용 등을 단속하기 위해 특별확인반이 구성됐을 때나 95년 총무과에 후생계가 처음 생겼을 당시 어김없이 그가 천거됐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한번쯤 모함이나 오해로 고비를 맞곤 하지만 서씨에게는 그런 기억이 없다. 드러나지 않고 자기 일만 하는 그의 성실함을 주위 사람들이 ‘공인’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세울 게 별로 없는데…. 주위에는 저보다 훨씬 청렴하게 일하는 공무원이 많습니다.”
서씨는 “감사기간동안 이렇게 자리를 비우면 안되는데…”라며 서둘러 서류를 챙겨 감사장으로 달려갔다.
〈여수〓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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