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사모’를 아십니까.
‘맞사모’는 ‘맞고 사는 남편들의 모임’을 줄인 말.
“도대체 남자가 얼마나 못 났으면 마누라한테 맞고 살고 또 모임은 무슨….”
웃음이 절로 나오지만 막상 모임의 뜻을 알고 나면 금세 오해가 풀린다.
“늘 맞을 수 있다는 정신자세로 가정과 사회의 행복과 평화를 지켜나가자는 남편들이 의기투합한 것입니다. 단순한 친목도모를 떠나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죠.”
회장 박병수(朴炳洙·46)씨의 설명이다.
모임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93년 가을. PC통신 하이텔을 통해 친해진 유부남 20명이 발기인으로 서울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6년 가량 지나면서 지금은 회원이 70명으로 불어났고 ‘가상공간’과 ‘현실’을 오가며 모임을 갖고 있다.
‘IMF격풍’이 몰아닥친 97년 말 경북 구미시로 귀향해 감자농사를 지으면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회장을 비롯해 회원의 절반 이상이 ‘지방식구’다. 직장인 약사 한의사 교사 공무원 사업가에 이르기까지 직업도 각양각색. 봉사활동이 가능한 것도 이처럼 회원들의 직업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모두 유부남이라 이들의 ‘통신대화’에는 거침이 없다. 30대는 신혼 초 아내와의 갈등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러면 40대 선배들이 따뜻하게 격려를 해준다.
‘마님’의 심기를 살펴가며 적당한 때에 설거지 청소 등을 거들어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는 게 좋다는 ‘애처가식 해법’을 내놓는 선배도 있다. 가끔 아내에게 매를 맞는다는 사연도 뜬다. 그러나 자세히 읽어보면 잠자리에서 ‘애교 섞인’ 매를 맞는다는 등 익살이 대부분.
2명의 미혼여성도 특별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어떻게 알았는지 가입시켜 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결혼하면 탈퇴한다는 조건으로 특별히 받아들였다”는 게 박회장의 설명. 결혼후 탈퇴조건을단 것은 유부녀는‘맞사모’의 적(?)이기 때문이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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