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그동안 석차가 대학입시의 중요한 사정(査定)자료로 활용되는 ‘현실’과 학생을 교과성적으로 줄세우는 풍토의 개혁이라는 ‘이상’ 사이에서 갈등을 겪어 왔다.
교육부가 학생부에 석차를 기재토록 한것은수 우 미 양 가의절대평가를실시했던 97학년도입시에서 고교마다 ‘수’를양산하는 등 성적 부풀리기를 하는바람에 큰 혼란을 겪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들이 대학입시를 염두에 두고 학생들을 평가하는 한 공정한 절대평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현실’을택할 수밖에 없는 데 대한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개선된 학생부는 사실상 서열을 매기기 어려운 ‘수행평가제’를 도입하고도 결과적으로는 종전의 줄세우기 방식의 석차를 그대로 유지하는 모순을 안게 됐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석차 기재가 무시험전형 등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개혁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고교 교사는 “대입 전형요소가 아무리 다양해지더라도 학생부에 석차를 기재하는 한 각 대학은 성적 위주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선교사들은 또 수행평가 내용을 중간 기말고사와 합산해 성적에 반영하도록 한 데 대해서도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행평가를 점수로 환산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고 학생과 학부모가 신뢰하지 않으면 평가 자체가 불가능해 교사의 업무량만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것.
한편 교과 성적 가운데 수행평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20∼40%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교육청의 경우 관내 1백60개 고교 가운데 수행평가 반영비율을 30% 이내로 하겠다는 학교가 38%로 가장 많았고 40% 이내가 36%로 뒤를 이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