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성적부풀리기’ 막으려 석차제도 유지

  • 입력 1999년 4월 2일 19시 24분


2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생활기록부 개선안은 교과 성적란에 종전대로 과목별 계열별 석차를 기재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교육부는 그동안 석차가 대학입시의 중요한 사정(査定)자료로 활용되는 ‘현실’과 학생을 교과성적으로 줄세우는 풍토의 개혁이라는 ‘이상’ 사이에서 갈등을 겪어 왔다.

교육부가 학생부에 석차를 기재토록 한것은수 우 미 양 가의절대평가를실시했던 97학년도입시에서 고교마다 ‘수’를양산하는 등 성적 부풀리기를 하는바람에 큰 혼란을 겪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들이 대학입시를 염두에 두고 학생들을 평가하는 한 공정한 절대평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현실’을택할 수밖에 없는 데 대한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개선된 학생부는 사실상 서열을 매기기 어려운 ‘수행평가제’를 도입하고도 결과적으로는 종전의 줄세우기 방식의 석차를 그대로 유지하는 모순을 안게 됐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석차 기재가 무시험전형 등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개혁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고교 교사는 “대입 전형요소가 아무리 다양해지더라도 학생부에 석차를 기재하는 한 각 대학은 성적 위주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선교사들은 또 수행평가 내용을 중간 기말고사와 합산해 성적에 반영하도록 한 데 대해서도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행평가를 점수로 환산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고 학생과 학부모가 신뢰하지 않으면 평가 자체가 불가능해 교사의 업무량만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것.

한편 교과 성적 가운데 수행평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20∼40%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교육청의 경우 관내 1백60개 고교 가운데 수행평가 반영비율을 30% 이내로 하겠다는 학교가 38%로 가장 많았고 40% 이내가 36%로 뒤를 이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