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의 디지털 저작권 따지기, Y2K의 법적 책임 가르기, 전파 월경(越境)의 규제, 한 회사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제조물 책임, 더이상 국내 문제가 아닌 투자 및 무역 장벽으로 인식되는 뇌물관행, 회사가 책임져야 하는 성희롱 등…. 구미 선진국에서 생긴 새로운 형태의 쟁송(爭訟)이 시시각각 한국에 전파되고 있다.
한국 기업이나 사회단체 소비자들은 새로운 이슈에 대한 경험이 미숙하다. 아직 관련 법률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개방시대의 ‘신(新)법률’에 무지한 기업이나 개인은 졸지에 파산하거나 곤경에 빠질 수 있다.
동아일보사와 법무법인 태평양이 공동으로 기획하는 ‘리걸 스탠더드’ 시리즈는 국경없는 시대의 새로운 법적 분쟁을 짚어본다.》
최근 메가톤급 반향을 불러일으킨 A양(이니셜과 무관) 신드롬은 바로 인터넷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A양의 포르노는 인터넷을 통해 교환되면서 상상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인터넷의 출현은 컴퓨터의 ‘제3혁명’으로 불린다. 2차대전 중 개발된 대형 메인프레임 컴퓨터, 80년대 등장한 개인용 컴퓨터(PC)에 이은 최신 혁명이다.
PC를 서로 연결하는 새로운 기술, 인터넷.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정보를 교류하는 사이버 스페이스가 만들어지면서 전혀 새로운 형태의 인간 관계나 행동, 범죄가 등장했다.
얼마전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한 네티즌은 포르노 사이트를 개설했다가 뉴욕주의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았다. 이 네티즌은 플로리다에는 포르노 사이트에 대한 처벌 법규가 없으나 뉴욕에서는 불법행위가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전파되는 인터넷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다.
수영복 제조업체 직원들은 이슬람 국가로 여행하려면 조심해야 한다. 회사를 소개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비키니를 입은 늘씬한 미인의 사진이 실려 있다면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공항에 내렸다가 범죄자로 몰려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 수영복 입은 여성 사진은 불법 포르노다.
미국 사회는 지금 인터넷 때문에 새롭게 등장한 다양한 행위를 법적으로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중이다. 현행법을 확대 유추해석해서 규제할 것인가. 아예 새로운 법을 만들 것인가. 논쟁이 분분하다.
도메인 이름도 새로운 법적 분쟁거리로 등장했다. 인터넷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한 기업의 상표를 인터넷에서 다른 기업이나 개인이 사용한다면 기업 경영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몇 해 전 국내외 수백개 기업의 도메인 이름을 한꺼번에 등록했던 H씨나 지난해 합병한 엑슨―모빌의 도메인을 잽싸게 등록했던 M씨. 한국인이 도메인 이름과 관련해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던 사례다.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인 엑슨모빌의 합병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먼저 알고 ‘exxonmobil.com’과 ‘exxon―mobil.com’의 두 도메인 이름을 먼저 등록했던 M씨. “도메인 선점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내가 아니라도 외국의 스쿼터(도메인 사냥꾼)들이 먼저 등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국내에선 그의 ‘선견지명’을 높이 사는 한편 엑슨 모빌로부터 받을 돈의 액수도 뜨거운 관심사로 등장했다.
과연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을까. 답은 ‘글쎄올시다.’ 미국에서는 개인이 유명 기업의 도메인 이름을 먼저 등록해도 법정에서 상표권 분쟁이 벌어지면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최근 추세이다.
인터넷 법률 분쟁에 대한 무신경과 무지 탓에 외국 기업의 진출이 본격화되면 국내에선 다양한 법적분쟁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먼저 인터넷저작권문제. 국내에선 개인이나 기업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다른 사이트에서 그림이나 텍스트를 무단으로 복제해 ‘붙이는’ 사례가 많다.
미국에서는 파일을 다운로드하거나 베껴쓰는 것은 물론 인터넷 사이트를 서로 연결하는 ‘링크’ 행위도 저작권 침해로 규제한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올라온 것은 일단 공개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네티즌의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개인적으로 보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홈페이지에 올리거나 배포하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에 ‘어느 회사 주식이 뜬다더라’ ‘부동산 투자의 황금 찬스’ 등 근거없는 글을 올리거나 개인에게 E메일을 보냈다간 사기 행위로 몰릴 수도 있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손해배상 액수가 천문학적으로 높아진다. 그 효과와 반향이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것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특별취재팀=황호택(기획팀장) 고미석(기획팀) 박래정(정보산업부) 홍석민(정보산업부) 신치영(경제부) 이희성(국제부) 김갑식(문화부) 정성희(사회부) 최영훈(사회부) 이성주기자(생활부)>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