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 윤상호/「장애」를 물려줄순 없어요…

  • 입력 1999년 4월 5일 18시 40분


식목일인 5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신풍시장 옆 주택가에 위치한 5평 남짓한 지하단칸방.

세살배기 아들의 천진난만한 재롱을 바라보는 조영기(曺泳琪·41)씨 부부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3년전 한 종교단체의 주선으로 결혼한 조씨 내외는 ‘장애인 부부’. 선천성 ‘저형성연골증’으로 키가 1백38㎝에 불과한 조씨는 4급 지체장애인이며 아내인 김은경(金恩京·37)씨 역시 생후 6개월만에 소아마비에 걸려 여지껏 목발과 휠체어에 의지해온 1급 지체장애인이다.

“가난한 살림이지만 서로의 아픔을 다독거리며 살아왔고 무엇보다 무럭무럭 커가는 성인이가 있기에 남부러울 게 없었죠.”

그러나 지난해부터 키가 전혀 안 자라는 아들을 이상히 여긴 조씨 내외는 두달 전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가 날벼락같은 검사결과에 할말을 잃어버렸다. 저형성연골증 판정을 받은 것.

“당장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저처럼 평생을 ‘난쟁이’로 살아야 한다더군요.” 적어도 5년 이상 호르몬성장제 주사를 맞는 것이 유일한 치료방법이라는 의사의 설명을 들은 조씨 부부는 다시 한번 고개를 떨궜다. 조씨가 다니는 액세서리 제조공장에서 받는 60만원 남짓한 봉급으로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약값을 대기가 불가능했기 때문. “차라리 낳지나 말 것을….”

“‘난쟁이’와 ‘앉은뱅이’라는 주위의 손가락질, 저희는 얼마든지 견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만은 제발 그 ‘천형’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없을까요….” 02―832―1857, 한빛은행 177―08―007883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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