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경력이 있는 40대 부부 슬하에서 자라던 A양이 매를 맞게 된 것은 97년 11월. 학교수련회에 안보내주고 용돈도 주지 않는다며 옷가지를 찢으며 투정을 부리자 친부 A씨가 구둣주걱으로 종아리를 5차례 때렸다. 며칠 뒤 청소 등 집안일을 시킨 것에 반발하며 또 옷을 찢자 계모 B씨는 당구봉으로 종아리와 엉덩이, 허벅지 등을 때렸다.
검찰이 벌금 70만원씩에 ‘폭력부모’를 약식기소하자 이들 부부는 지난해 8월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재판정에서 A씨는 “아이가 심한 행동을 해 어쩔 수 없이 매를 들었다”며 체벌사실을 시인했지만 계모인 B씨는 체벌사실을 부인했다. 이 때문에 A양이 직접 법정에 나와 피해사실을 증언했다.
재판부는 A양을 친어머니 품으로 돌려보내거나 부모를 엄벌에 처하는 방법 등을 고려했지만 친어머니는 이미 재혼해 A양을 돌보기가 어려웠고 ‘피고인 불이익변경 금지원칙’에 따라 약식기소된 벌금 7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할 수도 없었다.
서울지법 형사4단독 송승찬(宋昇燦)부장판사는 최근 이들 부부에게 각각 벌금 30만원과 50만원을 선고하며 “친딸을 잘 키우겠다는 아버지의 맹세를 믿고 앞으로는 딸을 더 잘 키우라는 의미에서 선처한다”고 밝혔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