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法안지켜도 되나… 법정 아예 안나타나

  • 입력 1999년 4월 5일 19시 17분


정치인은 법을 만들 뿐 지키지는 않는가.

지난해 여야의 고소고발 사태와 정치인 사정(司正)수사 등으로 많은 정치인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법정에 나오지 않아 정치인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또 이들 정치인 대부분은 일반 공직자였다면 구속기소될 만큼 혐의가 무거운데도 ‘정치적 이유’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을 거부하고 있어 법을 만드는 정치인들이 법 경시 풍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5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공천헌금 30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1월 말 불구속 기소된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의원에 대한 첫 재판이 지난달 23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김의원이 출석하지 않아 연기됐다.

동아건설에서 1억2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나라당 백남치(白南治)의원도 지난달 5일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동서울상고재단에서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의원은 1월20일 이후 열린 세차례의 재판에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경성그룹에서 3천만원을 받은 이기택(李基澤)전의원도 지난해 12월15일과 1월19일 열린 두차례의 재판에 나가지 않았다.

국정감사와 관련한 청탁과 함께 김 양식장 유기산처리제 제조업자로부터 2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97년 11월 불구속기소된 국민회의 김종배(金宗培)의원은 97년 12월 이후 열린 무려 15차례의 재판에 한차례밖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또 지난해 6월 ‘공업용 미싱’ 발언으로 대통령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의원은 7차례의 재판에 모두 불출석했다. 같은 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97년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서 10여 차례 소환받고도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최근 국회는 소속의원들의 구속집행을 모면하기 위한 ‘방탄국회’로 운영되면서 거의 한 일이 없는데 국회개원을 이유로 재판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수형·하태원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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