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뜨고 있는 ‘지누션’의 ‘태권V’가 스피커를 통해 요란하게 흘러나오는 옷가게 앞에 10대들이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며 몰려든다.
젊은 연인과 대학생 직장인들의 추억과 낭만의 거리였던 명동이 10대 청소년들에게 ‘점령’됐다.특히 평일 학교수업이 끝난 직후인 오후 5∼7시에는 교복 차림의 10대가 전체 행인의 40%를 차지할 정도. 상인들은 사복 차림의 10대까지 포함하면 행인 10명 중 6명은 10대라고 말했다.
명동이 ‘10대의 거리’로 변해버린 것은 일단 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아가기 쉬운데다 5천원 안팎의 값싼 물건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어스’‘이신우’ 등 직장인을 주고객으로 한 유명브랜드 의류매장이 불황의 여파로 철수한 자리를 저가의 의류와 액세서리, 화장품과 스티커숍, 분식점이 메워나갔다.
그러다 보니 하루 단위로 매장을 빌려 장사하는 ‘일일매장’과 재래시장에서 물품을 떼어다 파는 속칭 ‘땡처리매장’이 전체의 30%를 넘어버렸다.
이런 매장에 10대들이 몰리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화장품점 20여개, 스티커숍 6개, 분식집 10여개, 저가의류점 20여개가 생겨나 거리 모습을 바꿔 놓았다. ‘싸비싸지’ 등 일부 쇼핑몰은 오락실과 당구장, 스티커숍 등을 갖춰놓고 10대들을 유인하고 있다.밤에도 사정은 비슷해 액세서리와 화장품, 먹을거리 노점상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상인들은 “10대가 없으면 장사를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후 10시반경 10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상인들도 가게 문을 닫아버려 명동거리는 금방 썰렁해지고 말았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