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교육현장 中]『학부모의 情이 교사에겐 힘』

  • 입력 1999년 4월 5일 20시 00분


‘추락하는 교육현장’에 몸담고 있는 교사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 최모교사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에 편지를 보내 그 심경의 일단을 털어 놓았다. 최교사의 편지는 학부모에게 선물을 받았던 일화로 시작된다.

“민철이(가명)가 전학가던 날 민철 엄마가 주고 간 감장아찌는 그 색깔 만큼이나 정겨웠으며 말썽꾸러기 기영이(가명) 할머님이 들고 온 냄새 폴폴 나는 오징어 10마리는 바닷바람만큼 훈훈했다.” 최교사는 “누가 이것을 뇌물이라고 할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툭하면 무단결석을 하던 말썽꾸러기가 교사의 도움으로 모범적인 아이로 변하는 것을 지켜본 할머니의 기쁨이 오징어 10마리에 비기겠는가”라며 “이는 한국의 인간적인 교육의 결과”라고 말했다. 최교사는 “학생들의 발전이 교사의 가장 큰 보람이지만 학부모가 인간적인 정을 느끼게 했을 때도 보람을 진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최교사는 끝으로 ‘가장 싫은 학부모’로 △자기 자식만 감싸달라는 부모 △짝을 바꿔달라는 부모 △자식과 싸운 친구 야단치러 학교에 찾아오는 부모 △교사에게 인사도 않고 자식만 찾는 부모 △아이말만 듣고 항의하는 부모 △젊은 교사에게 반말하는 부모 등 6가지 유형을 지적했다. 반대로 △자녀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조용히 담임교사에게 상담하는 부모 △여름날 보리차를 얼려 보내주는 부모 △가정통신문과 준비물을 잘 챙겨주는 부모 △졸업식날 감사의 편지를 보내는 부모 등은 ‘가장 고마운 학부모’로 손꼽았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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