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순 대인관계 클리닉]자녀 감정 이해하며 대화를

  • 입력 1999년 4월 7일 21시 48분


◆문◆

사춘기 여학생을 둔 부모입니다. 아이와 부딪칠 때마다 너무 화가 납니다. 무슨 말이든 다 비비 꼬고 부모를 공경하는 태도를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주위에서는 내버려두라고 하지만 그러면 더 버릇없는 아이가 될까봐 걱정입니다.(경기 구리시 교문동에서 한 아버지)

◆답◆

만약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춘기라면 아무도 부모가 되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죠. ‘많은 십대들은 부모를 괴롭히는 방법을 탐색하는 레이더를 갖고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만큼 10대의 부모노릇 하기가 어렵다는 뜻이겠지요.

사춘기 아이들이 부모에게 말대답하고 버릇없게 구는 것은 부모가 싫어서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단 자기가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사과하는 것을 싫어하지요. 아이가 감정을 분출할 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같이 화내면 이런 성향을 더 조장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기성세대의 모든 행동 생각 감정 등을 다 부정하기 마련이므로 독립선언의 한 과정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사춘기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입니다. 기성세대에서 떨어져나오기는 하지만 정신적 가치관을 세우지 못해 열등감이 심합니다. 신체적으로도 2차 성특징이 나타나면서 놀라고 두려움이 생깁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를 이해하고 긍정적인 쪽으로 대화를 이끌어야 합니다. 비난이나 어떤 평가보다 단순하게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달하는 쪽이 더 효과적입니다. 아이들도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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