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법원은 원심(2심)재판부가 현철씨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검찰 기소내용을 바꿔 유죄로 판결하는 과정에서 공소장 변경 절차 없이 직권으로 판단함으로써 절차상의 잘못을 범했다며 이 부분 등을 보완해 다시 재판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조무제·趙武濟대법관)는 9일 현철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이같은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따라 현철씨에 대한 재판은 서울고법에서 다시 진행되며 구속집행도 그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철씨가 93년 3월부터 97년 12월까지 이성호(李晟豪)전대호건설 사장으로부터 서초케이블TV 사업자 선정 등의 청탁과 함께 모두 17억7천만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현철씨가 동문 기업인들로부터 27억여원의 돈을 받아 가차명 계좌 등 부정한 수단과 방법으로 돈세탁을 함으로써 조세포탈을 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조세포탈이 성립하려면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하면 충분하며 조세포탈의 목적과 의도가 없어도 죄는 성립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심재판부가 현철씨의 알선수재 부분에 대해 공소장 변경절차 없이 유죄로 인정한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이 부분은 검찰에 공소장변경을 요구해 다시 재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현철씨가 동문기업인들로부터 대가성없이 받은 33억원 중 대동주택 곽인환사장으로부터 받은 현금 5억원은 현철씨가 가차명계좌를 사용해 부정하게 돈세탁을 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므로 조세포탈로 인정할지 여부를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다. 검찰은 “현철씨의 혐의 중 99%가 유죄로 인정되고 사소한 부분이 절차상의 문제로 파기된 것이므로 판결내용에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현철씨는 93년부터 97년까지 이전대호건설 사장 등 기업인 6명으로부터 이권청탁과 함께 받은 32억7천여만원을 포함해 모두 66억1천여만원을 받고 증여세 등을 포탈한 혐의로 97년 6월 구속기소돼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14억4천만원과 추징금 5억2천만원이 선고됐다.
〈이수형·정위용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