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 파국 위기…재계, 전격 탈퇴 경고

  • 입력 1999년 4월 12일 19시 46분


재계가 노조 전임자의 임금지급 처벌조항을 없애기로 한 정부 방침에 반발해 노사정위 탈퇴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재계가 노사정위에서 탈퇴할 경우 산업계의 노사갈등 심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대외신인도와 경제회생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또 노사정위를 통한 노동현안 해결도 사실상 어려워지게 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위관계자는 12일 “이번 정부방침은 재계의 의견을 무시한 채 노동계의 의견만 받아들인 밀실협상의 결과”라며 “정부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처벌조항을 삭제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 한 재계의 노사정위 탈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와 관련해 16일 30대기업 노무담당자 회의를 열어 정부의 노동관련법 개정방침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노사정위 탈퇴에 대한 기본입장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주 중 경제5단체장 회의를 통해 탈퇴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재계의 고위관계자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는 국내업계는 물론 외국기업들도 강하게 반대해온 사안인 만큼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 것은 당초 노사정위 출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노사정위 탈퇴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전경련 관계자도 “정부가 노사정위 유지에 지나치게 집착해 노동계와 밀실협상을 한 것은 노동시장 개혁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비난하고 “현재 재계의 분위기로 봐서 노사정위 탈퇴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사정위를 탈퇴할 경우 재계가 떠안는 부담도 적지 않기 때문에 재계가 실제 노사정위 탈퇴를 강행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김태연(金太演)기획국장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악법조항”이라며 “재계가 이를 그대로 둬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노동계와의 대화 자체를 포기한다는 의미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박정훈기자〉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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