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주정부(워싱턴) 상원의원으로 진출한 신호범 의원이 40여년에 걸친 이국 생활의 애환과 진한 조국애를 토로할 때는 참석자 모두가 숙연해졌다.
“6·25전쟁 와중에서 헐벗고 가난에 찌든 19세 소년이 입양아 신분으로 조국을 떠날 때는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부산항을 떠나는 배 위에서 조국 땅을 향해 다섯 번 침을 뱉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세월 온갖 설움을 받으면서도 한국인임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으며 지금 내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은 오직 조국과 민족뿐입니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재외동포는 법률적으로는 한국계 외국인이지만 엄연히 배달겨레의 자손으로 우리의 노력과 관심에 따라 한국을 떠받칠 수 있는 소중한 해외민족자산이다.
거주국의 민간 외교관으로, 혹은 ‘메이드 인 코리아’를 알리는 세일즈맨으로, 혹은 유수의 기업가로, 예술가로 동분서주하는 재외동포들의 활약은 실로 눈부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이제 5백50만 재외동포의 조국애를 하나로 엮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한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속담처럼 그들에게 오늘의 한국이 ‘언덕’으로 다가서야 한다. 재외동포들이 거주국 시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주류사회에 당당히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줘야 한다. 다민족 국가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으로서 서러움이 클수록 조국은 저만치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국경을 뛰어넘는 무한경쟁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오늘의 시대적 상황은 지난 근대화 과정에서 앞서가는 나라들을 숨가쁘게 쫓아가던 시대와는 판이하다. 5백50만 재외동포라는 거대한 민족적 자산을 활용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김봉규 (재외동포재단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