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4시경 인천 중구 항동 국제여객터미널 출국장. 검은색 대형가방과 박스들이 검색대에 길게 늘어섰다. 체크인 마감시간이 가까워지자 짐꾸러미들은 출국장 밖으로까지 이어졌다.
가방 주인들은 대부분 보따리장수들. 이들은 이날 오후6시 위동항운의 카훼리 뉴골든브릿지호 편으로 인천항을 떠나 중국 산둥성(山東省) 웨이하이(威海)로 향했다.
인천항에서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장수들은 줄잡아 4백여명. ‘IMF 한파’ 이전에는 화교가 70%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한국인 실업자가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여자들도 80여명이나 된다.
이들이 갖고 나가는 물건은 남대문시장 등에서 사들인 의류와 원단들. 중국에 진출한 한중합작공장에 원자재나 주요 기계부품을 조달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보따리장수 김대성씨(46)는 “옷이나 원단을 갖고 들어가 중국에서는 참깨나 한약재 등 농산물을 갖고 들어온다”고 말했다.
한중훼리 한 척이 나갈때 보통 20억∼30억원어치의 물건이 나간다. 보따리장수 한 사람이 한 번에 최고 6백여만어치를 갖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
보따리장수들의 왕래가 가장 많은 곳은 산둥성 웨이하이. 인구 20만명의 소도시였던 웨이하이는 90년 한중훼리가 취항하면서 크게 번성했을 정도이다.
〈인천〓박정규기자〉roches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