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은 왜 해마다 ‘파업 홍역’을 치르는 걸까.
87년 설립된 서울지하철노조는 그 이듬해인 88년부터 12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결의했다. 파업예정일 새벽에 노사가 극적으로 타협한 경우가 많아 그동안 실제로 파업을 벌인 것은 6차례였지만 임 단협이 진행될 때는 물론 노동법개정 등 노동계 현안이 대두할 때마다 서울지하철은 예외없이 파업위기로 치달았다.
★잘못된 출발★
지하철공사 노사관계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노조는 출범후 곧바로 일반직과 기능직을 통합하는 직제개편안을 만들어 공사측과 87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는 서울시와의 협의없이 공사 경영진이 단독으로 이행하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결국 88년에도 직제개편 합의가 이행되지 않자 노조는 89년 3월 첫 파업에 들어갔고 이 사건으로 노조간부가 구속됐다.
그후 해고자 복직문제가 노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파업과 구속자 양산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파업과 관련해 공사측이 94년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5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도 해마다 임단협 쟁점으로 등장해 노사갈등을 증폭시켰다. 공사측은 지난해초 파업을 앞두고 소송을 취하했다.
★구조적 문제★
공사측과 감독기관인 서울시의 안일한 대응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실 서울시는 그동안 노사관계의 ‘구조적 개선’보다는 어떻게 하든 잡음없이 넘어가려는 임기응변으로 일관해왔다. 공사측이 지난해초 파업을 막기 위한 협상용 카드로 51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취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올해 파업일정이 민주노총의 투쟁방향에 맞춰 진행되고 있듯이 서울지하철노조가 전체 노동계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단골 파업’의 직접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하철 노조조직★
지하철노조는 조합원수 9천8백60명, 조직률이 96%에 이른다. 그만큼 단결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실상‘주인없는 회사’이다 보니 노조 집행부가 늘 ‘강성’을 띠게 마련이다.
사회 각 부문이 임금삭감으로 고통을 당하던 지난해에도 지하철노조는 1인당 월 평균 16만5천여원(7.8%)을 인상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파업을 예고했고 결국 임금은 동결됐다.
공사측 자료에 따르면 현재 지하철 노조원의 급여수준은 30대 초반인 기능직(고졸 이상 학력자 모집)10년차가 월 1백98만원 정도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