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영화진흥법에서 영화관람 등급 중 15세등급(15세미만관람 불가)을 폐지한 것은 졸속행정이 빚은 심각한 실수라고 생각한다. 청소년 관객을 배제함으로써 영화제작과 유통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관람등급인 12세와 15세등급을 통합해 12세등급으로 단순화한 것은 관람의 폭을 넓히겠다는 취지로 보이지만 이는 영화등급 분류에 대한 기초적 이해도 없는 조치다. 두 등급을 통합하면 실제 적용에서는 낮은 등급을 분류기준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성 표현이나 폭력 언어 등의 기준이 보다 엄격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
최근 10년간 국내 상영 영화 가운데 18세등급(64%)에 이어 15세 등급을 받은 영화는 20%로 두번째로 많았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기존 15세등급을 받던 대부분의 영화는 18세등급으로 상향될 것이다. 12세등급을 받을 수 있는 영화는 지극히 ‘건전한’ 수준이어야 한다. ‘쉬리’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같은 영화에 등장하는 폭력수준이라면 12세등급이 아니라 18세등급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국내에 상영되는 영화는 ‘미성년자는 볼 수 없는 영화’와 ‘어린이 영화’로 양분될 수밖에 없다. 이는 영화관객의 주류를 이루는 청소년층을 영화관에서 내쫓는 조치에 다름없다. 영화진흥을 하자는 법이 오히려 영화를 위축시키는 상황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영화 비디오 등의 등급분류 업무를 맡을 영상물 등급위원회 구성방법도 문제다. 15명의 위원 중 3분의 1은 여성, 3분의 1은 40세 미만인 자로 해야 한다는 조항(공연법 제17, 18조 동 시행령안 제22조3항)은 비현실적이다.
위원의 구성은 보편성과 전문성, 성별과 연령 등을 감안해 균형을 이뤄야 한다. 하지만 선언적 명시 수준을 넘어 성별과 나이까지 구체적으로 제한한 것은 지나치다. 이런 문제들이 영화산업을 위축시키기 전에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조희문 (상명대교수·영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