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근(柳鍾根)전북지사 등 고위층 인사의 집을 턴 김씨는 자신이 조씨와 비교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한나라당 관계자들에게 “조씨처럼 당하지 않기 위해 ‘폭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씨는 82년 정재계 고위인사들의 집만 골라 2.2캐럿짜리 물방울 다이아몬드 등 당시 시세로 수십억원 상당의 금품을 턴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집중시켰다. 당시 수사당국은 파문을 우려해 피해자들의 신분을 숨기고 피해액수도 축소했다.
김씨가 유지사와 배경환(裵京煥)안양경찰서장 등의 관사를 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씨는 조씨와 다른 점이 많다.
조씨의 경우 가난한 사람의 집은 털지 않았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등 이른바 ‘절도 5원칙’을 지켰다. 또 훔친 금품의 30∼40%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썼다.
이에 반해 김씨는 지난달 16일 긴급체포 당시 특수강도혐의 9건에 상습 마약복용혐의까지 받고 있었다.
김씨는 또 훔친 돈을 대부분 유흥비로 탕진했다. 그는 경찰에서 “하룻밤에 2천5백만원도 써봤다”고 말했다. 2,3명씩 무리지어 다니며 범죄를 저지른 것도 조씨와 다른 점이다.
김씨는 부유층이나 저명인사의 집만 골라 범행한 것도 아니다. 배서장의 관사를 털 때도 당초 범행 목표였던 집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목표를 바꿔 앞집으로 들어가보니 배서장 집이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인천〓박정규기자〉roches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