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룡씨 냉장고속 돈봉투]동거녀 『무서워 태웠다』

절도범 김강룡씨가 배경환(裵京煥)안양경찰서장 관사에서 훔쳤다고 주장한 ‘돈봉투 58장’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게 됐다. 김씨의 동거녀 K씨(41)가 돈봉투중 일부를 태워버린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K씨는 19일 검찰에서 “김씨가 빈 봉투 10여장을 주면서 ‘중요한 것이니 잘 보관하라’고 했으나 무서워서 태워버렸다”고 진술했다.

문제의 돈봉투는 인천 부평경찰서가 조사과정에서 피해액수를 축소했는지, 배서장이 뇌물로 받은 돈인지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결정적 증거’였다.

김씨는 한나라당에 보낸 편지에서 “김치냉장고에서 1백만원씩 들어있는 돈봉투 54장과 80만원씩 들어있는 돈봉투 4장을 들고 나왔는데 일부 봉투에는 뇌물을 건넨 사람으로 보이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배서장은 “잃어버린 돈은 8백만원이며 ‘파출소 순시 격려금’ 등으로 쓰려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돈봉투의 행방과 관련해 “경찰이 공범 김모씨의 집에서 압수한 22장 외에 나머지 봉투는 동거녀 K씨가 갖고 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돈봉투는 동거녀 K씨가 소각한 것까지 합쳐 모두 30여장. 김씨와 K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나머지 봉투 20여장이 사라진 셈이다.

〈인천〓박정규기자〉roches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