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으로 본 세상]왜 냉장고에 돈다발 보관했을까?

  • 입력 1999년 4월 20일 19시 29분


경찰서장은 왜 돈을 냉장고에 보관했을까. 두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다른 사람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은밀한 곳으로 냉장고를 택했거나 또 다른 특수한 이유는 장기간 보관에 따른 악취와 지폐훼손을 막기 위한 ‘부득이’한 사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론.

돈의 특성을 감안하면 후자가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게 지폐전문가들의 견해. 현금 뭉치를 습기가 찬 곳에 오래 놓아두면 곰팡이가 슬어 돈 빛깔이 바랠 수도 있고 특히 여러 사람 손을 거친 헌돈일 경우 ‘썩는’ 냄새가 지독하다고.

조폐공사 기술연구소 장윤진(張允鎭)팀장은 “냉장고의 냉장실 온도와 비슷한 섭씨 0∼5도에서 지폐를 보관하면 병균의 침투를 막아 새 돈 본래의 탄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

지폐의 재질은 보통종이가 아니라 목화를 원료로 한 면섬유. 조폐공사가 자체 제작한 특수잉크로 돈의 무늬와 글자를 찍는다. 이 잉크는 지폐의 변형 변색을 막고 돈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일반 잉크보다 화학적으로 훨씬 강한 특성을 갖는다. 새 돈에서 독특한 냄새가 나는 것도 이 때문.

조폐공사는 최근 항균제 성분을 강화한 신형지폐 개발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 내년초쯤 항균성 돈이 선보이게 되면 냉장고에 돈을 보관하는 수고를 덜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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