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구조조정]『이왕 팔려면 해외매각해야 고용순조』

  • 입력 1999년 4월 20일 19시 48분


대우조선 파업결의대회
대우조선 파업결의대회
『다른 그룹에 인수되는 직원들이 몹시 서러워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19일 충격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공개한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이 발표직전 주력사 임원회의에서 털어놓은 「해외매각 우선」의 배경이다. 그룹 문화가 상이한 국내 재계풍토에서 다른 재벌에 인수될 자사 임직원의 정신적 공허감이 걱정스러웠다는 설명. 실제로 대우자동차에 합병될 삼성자동차의 고급인력 중에는 『다른 재벌에서 일할 바엔 회사를 그만둔다』는 직원이 적지 않았다.

김회장은 삼성전자로의 흡수를 앞두고 지난 연말부터 극심한 내홍을 겪은 대우전자의 사례를 거론하며 『내 「자식들」을 이런 식으로 내몰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우량업체를 해외에 매각할 경우 대부분 일자리가 유지되고 임원들도 신분상 큰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

대우의 구조조정 계획은 18일 김회장이 독일에서 돌아온 뒤 열린 주요 계열사 심야 임원회의에서 난상토론 끝에 내린 결정. 김회장은 주로 듣는 입장이었고 임원들이 △종업원 고용문제 △매각 가능성 등을 놓고 격의없이 의사를 개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약간의 후유증이 남더라도 일거에 그룹 신인도를 회복시킬 수 있는 핵심사업 해외매각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김회장은 측근들과 상의 끝에 1월부터 주력사 임원이 유럽과 일본을 방문해 비밀을 전제로 협상을 벌였던 매각건들에 대해 상대측의 양해를 구하고 공개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가시적 성과」를 바라는 정부의 독촉도 있었지만 대우자동차 인천공장의 엔진부문과 조선부문 힐튼호텔 등 알짜사업들은 보안이 깨지더라도 원매자가 많아 쉽게 팔릴 것이라는 계산 때문.

추호석(秋浩錫)중공업사장 등 핵심 계열사 사장들은 20일 일제히 지방사업장을 순회하며 구조조정의 배경과 고용보장책들을 설명하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대우중공업 조선부문이 이날 오후부터 조선부문 매각을 반대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고 다른 사업장 분위기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룹 전체를 살리기 위해 해외매각을 성사시켜야 하는 김회장으로서는 적잖이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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