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지금까지 털었다고 밝힌 고위층 인사의 집은 모두 9곳. 자신이 주장하는 액수로는 13억1천5백20만원이다.
이중에 유종근(柳鍾根)전북지사 김성훈(金成勳)농림부장관 배경환(裵京煥)안양서장 유태열(兪泰烈)용인서장에 대해서는 절도 시기와 액수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반면 다른 3명의 장관과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사설경호원은 이름이나 절도액수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는 김동길(金東吉)전 연세대교수 집도 절도 대상이었다고 떠들었다.
그러나 이중 도난사실이 확인된 것은 유지사와 배서장 유서장 등 세명뿐이다. 김장관의 경우 김씨가 19일 김장관의 자택에서 3㎞가량 떨어진 황모씨(52)의 빌라를 털고도 이를 김장관의 자택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
또 김씨는 압구정동의 한 장관 아파트에서 ‘금테두른 변기’를 봤다고 주장했으나 현직 장관 중 이곳에 사는 장관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김씨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로 제시한 얘기들도 허무맹랑한 거짓으로 드러나 김씨 주장의 신빙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김동길교수의 경우 “김씨가 털었다고 주장하는 경기 안양시 평촌에는 집이 없다”며 김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번 사건에서 김씨 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가름할 결정적인 쟁점 중 하나가 유지사 집에서 미화 12만달러를 털었다는 것이지만 현재 이 주장의 신빙성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김씨 자신의 주장외에 12만달러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가 이중 7만달러를 환전했다는 남대문시장의 ‘민희엄마’는 남대문시장에 없다는 게 남대문 암달러상들의 증언이다. 또 나머지 돈 5만달러는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김씨가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달러는 2천달러뿐이다.
따라서 검찰조사에서 밝혀져야 할 남은 의문은 △유종근지사의 집에 12만달러가 있었는지 여부 △배서장의 김치냉장고에 들어 있었다던 58개 돈봉투의 행방 △유서장 꽃병 속 돈의 출처로 모아지고 있다.
김씨가 다른 장관들 집에서 12㎏의 금괴와 물방울다이아몬드를 훔쳤다는 주장은 당사자의 이름이나 집구조를 정확하게 다시 진술하지 않는 한 ‘도둑의 허황된 소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